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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구원보다 어려운 건,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는 일 <디태치먼트>
🎥 디태치먼트- 구원보다 어려운 건,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는 일“어느 하나에 이러한 깊이를 느끼지 못했고,내 스스로 격리되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느낌이다.”— 알베르 카뮈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무표정은 방패가 될 줄 알았다.대체 교사 헨리 바스는 학교·가정·거리에서 쏟아지는 폭력과 무력감을 감정적 거리 두기로 견뎌내려 한다.그러나 멀어지려 해도, 마음은 어딘가에서 다시 가까워진다.왕따 메러디스가 카메라로 찍어 온 “비극” 사진들, 거리에서 구조한 10대 소녀 에리카와의 버스 대화—“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헨리는 모른 척하려 애쓰지만, 그 질문은 그의 무표정을 흔든다.동료 교사들은 냉소에 잠..
2025.04.17 -
47. 사랑은 낭만이 아니야. <비포 미드나잇>
🎥 비포 미드나잇 (Before Midnight)- 사랑은 낭만이 아니라 끝없는 대화와 타협으로 유지된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빈에서 설렜고, 파리에서 서로를 택한 두 사람은9년 뒤 그리스 휴양지에서 부부이자 부모가 돼 있다.낭만적 여행 같지만—공항에서 큰아들을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부터“우린 어디서 살아야 할까?”라는 현실이 창밖 풍경보다 무겁다.호텔에서 마주 앉은 밤, 결국 폭발한다.셀린 “당신 소설 속 캐릭터로 사는 데 지쳤어.”제시 “난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왔잖아.”셀린 “넌 결국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봐.”“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 문이 쾅 닫힌다.문 너머 복도에 홀로 남은 제시가 중얼..
2025.04.17 -
46.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어 <비포 선셋>
🎥 비포 선셋 (Before Sunset)-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어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9년 전, 빈 역에서 “6개월 뒤”를 약속했던 둘은 결국 만나지 못했다.그리고 지금—파리 서점 사인회에서 마주친 순간,마음에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어.” 란 문장이 먼저 스쳤다.제시의 비행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80분.그 짧은 틈에 그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놓친 가능성을, 살아남은 후회를 숨 가쁘게 나눈다.센강 유람선을 따라 흐르는 대화는 정치·환경·관계·죽음까지 닿고,파리 골목엔 20대의 설렘 대신 서른 즈음의 회한이 묻어난다.서로 행복하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충분하지 않아”라고 웃는다.택시 뒷좌석, 창밖의..
2025.04.17 -
45. 사랑에 조용히 끼어들기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사랑에 조용히 끼어들어 볼까요?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새벽이 오기 전, 파리행 기차 안.책을 읽다 눈길이 닿은 두 사람은 중년 부부의 다툼을 계기로 말을 건넨다.그 짧은 끼어들기가, ‘낯선 이’와 ‘우리’ 사이의 문을 열었다.제시는 “지금 내려서 빈을 함께 걸어보자”고 제안한다.기차 문이 닫히기 직전, 셀린은 망설임을 떨치고 따라내린다.Before Sunrise―해가 뜨기 전에 모든 게 끝날지 모른다는 조건 덕분에 그들의 대화는 빠르고 깊다. 좁은 레코드 부스에서 Kathy McCarty의 〈Come Here〉를 들을 때,두 사람은 감히 시선을 오래 두지 못한 채..
2025.04.17 -
44. 사랑을 완성하는 건, 결국 진심 <노팅 힐>
🎥 노팅 힐 (Notting Hill)- 사랑을 완성하는 건, 결국 진심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기억은 흐릿한데, 그 마지막 장면만은 선명했다.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단 한 사람을 향해 돌아왔고,그 진심은 모든 말을 대신했다.《노팅 힐》은 화려한 스타와 평범한 서점 주인 사이의 사랑 이야기다.하지만 이 영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는,그들의 사랑이 특별해서가 아니라,사랑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결국 그 진심이 전해지는 방식 때문이다.세상은 말한다. 어울리지 않는 사랑이라고,너무 다르다고, 너무 멀다고.하지만 진심 앞에서는 그 모든 이유들이 점점 작아진다.그녀는 스타였다. 모든 시선이 향하는 사람.하지만 ..
2025.04.17 -
43. 애써 지나쳐버린 것들에 대하여 <이처럼 사소한 것들>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애써 지나쳐버린 것들에 대하여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안타까운 순간들을 마주한다.내몰리고, 또 내몰린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하지만 그들을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지다 보면,점점 더 외면하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된다.그런데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그런 마음을 조용히 붙잡는다.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소리치지 않고,이것이 정의라고 단언하지도 않는다.그저 공간을 바라보고, 지켜보고,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으로아주 조용하고 단단하게 묻는다.수녀원이라는 닫힌 공간,그 안에서 벌어지는 침묵과 방임을 목격한 한 남자.모두가 외면할 때, 그는 아주..
2025.04.17 -
42. 잊고 지냈던 어렸을 적 마음이, 불쑥 날아올랐다 <업>
🎬 업 (UP)- 잊고 지냈던 어렸을 적 마음이, 불쑥 날아올랐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처음엔 슬펐다. 이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도 말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할아버지가 안타까웠다.하지만 《업 (UP)》은 단순한 이별의 영화가 아니었다.그건, 잊고 지냈던 어렸을 적 마음이 불쑥 다시 날아오르는 이야기였다.주인공 칼은 사랑하는 아내 엘리와 함께 꿈꾸던 모험을 결국 이루지 못한 채, 홀로 남겨진다.남은 건 고요한 집과, 그 안에 가득한 추억뿐.그에게 삶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단지 흘러가는 시간일 뿐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소년 러셀.계획에 없던 존재는 때로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러셀은 말 많..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