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넷 (Tenet)
- 시간을 거슬러도, 선택의 책임은 앞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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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꾸고 싶을까.
그리고 그 바뀐 순간은 정말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테넷》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영화다.
놀란 감독 특유의 복잡한 시간 구조 안에서, 주인공은 인버전을 통해 과거로 거슬러가고,
그 과정에서 더 깊은 진실과 선택의 무게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핵심은 ‘인버전(Inversion)’, 즉 사물이나 사람의 엔트로피를 역전시켜 시간의 흐름을 반대로 만드는 개념이다.
탄환이 방아쇠로 ‘들어가는’ 장면, 뒤로 달리는 자동차 추격전,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전투는 시각적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이 영화가 진짜 이야기하는 건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하는 선택이다.
주인공은 이름조차 없는 ‘Protagonist’.
그는 미래의 자신이 세운 조직의 명령을 따라,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움직인다.
닐과의 관계 역시 시간이 뒤섞이며 형성된다.
둘은 과거와 미래에서 서로를 알고 있지만, 그 모든 인연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다.
특히 닐이 마지막에 말하듯, 그들의 우정은 ‘끝이 아닌 시작’이고, 바로 그런 비선형적인 관계 속에서 진정한 신뢰와 책임이 드러난다.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인물들이 시간을 거슬러가면서도 선택에 대한 책임만은 회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돌아간다고 해서 다시 살 수는 없고, 인버전을 통해 바꾼다고 해도 그 결과의 무게는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시간은 수정의 도구가 아닌, 깊이 있는 자각을 위한 프레임처럼 보인다.
이 구조는 마치 우리의 인생을 닮았다.
어떤 선택은 되돌리고 싶지만, 결국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되감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바꿀 수는 있다는 메시지를 《테넷》은 전달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언제나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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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있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덜 아팠을까, 덜 외로웠을까.하지만 그 길의 끝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내가 있었다.
후회로 얼룩진 시간도,
고르고 또 골라낸 말도,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테넷》은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했지만,
나는 거꾸로 흐르지 못하는 나를 안고
조금씩,
내가 바라는 나를 향해 나아간다.그 사람은 아직 거기 있다.
내가 언젠가 닿을 이름을 달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그러니 잊지 말자.
너는 이미 누군가의 미래였다.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테넷》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