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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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여전히 내가 서 있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 태풍이 지나가고-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여전히 내가 서 있었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태풍이 지난 아침, 모든 것이 조용했다.간밤의 거센 바람은 사라지고, 흙냄새가 진하게 퍼지는 창밖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햇살이 내려앉는다.하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또 조용히 살아냈다.《태풍이 지나가고》의 료타는 아버지가 된다는 것, 가족이라는 이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왜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하면 항상 늦는 걸까."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니까, 내 꿈도, 좋아하는 것도 조금씩 내려놓게 된다.점점 친구들도 멀어지고, 어떤 관계에서도 위로받지 못하는 순간들이 온다.그때 마음 깊은 ..
2025.04.26 -
60.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나만의 계절을 살아가는 법. <리틀 포레스트>
🎬 리틀 포레스트-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나만의 계절을 살아가는 법.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서울에서의 삶은 숨이 막혔다. 사람들은 바빴고, 나는 늘 배가 고팠다. 진짜 허기는 밥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그래서 돌아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배고파서.”하지만 고향집에도, 엄마는 없었다.엄마는 어느 날 말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남겨진 건 오래된 조리도구들과, 엄마의 손때가 묻은 텃밭뿐이었다.처음엔 더 허기졌다. 엄마가 해주던 된장국, 엄마가 삶아주던 고구마, 엄마가 불 앞에서 땀 흘리며 구워주던 조기.그 기억들은 맛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함께 떠오르는 맛.나는 엄마처럼 텃밭을 일구고, 제철 ..
2025.04.26 -
59. 말 대신 시로 기록된 하루들. <패터슨>
🎬 패터슨 (Paterson)- 말 대신 시로 기록된 하루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도시의 이름과 사람의 이름이 같은 영화.《패터슨》은 말이 적은 남자와, 그가 매일 쓰는 시로 가득 찬 일주일을 보여준다.아침엔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노선을 운전한다.점심엔 늘 같은 도시락을 먹고, 퇴근 후엔 강아지 산책을 하며 바에 들른다.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말할지 모를 일상.하지만 패터슨의 하루는 조용히 반짝이는 시로 채워져 있다.그 시는 어쩌면 삶을 견디는 방식이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패터슨은 말을 아낀다.버스 운전 중에도, 로라와 대화할 때도, 대부분 듣고 있는 쪽에 가깝다...
2025.04.23 -
58.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소공녀>
🎬 소공녀-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사람들은 종종 말한다."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지.""이젠 좀 현실적으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어?"하지만 미소는 조용히 그 말들에 등을 돌린다.가사도우미로 일하며 번 돈으로 위스키를 사고, 담배를 사고,그리고 자신만의 고요한 시간을 산다.그녀가 사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한 집, 한 집 친구들을 전전하며 쉴 곳조차 사라져간다.하지만 미소는 말한다.“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그 말은 이기적인 게 아니었다.그건 미소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존엄이었고,작지만 단단한 선언이었다...
2025.04.22 -
57. 근데... 난 걔랑 계속 놀고 싶은데? <우리들>
🎬 우리들- 근데... 난 걔랑 계속 놀고 싶은데?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가장 밝고 가장 조용한 계절 속에서,선은 누군가와 가까워졌다가, 이내 멀어지는 아픔을 처음 겪는다.지우가 다가왔을 땐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았다.함께 놀고, 함께 웃고, 서로의 집까지 오가던 날들.하지만 방학이 끝나고, 교실이 다시 나눔의 공간이 되었을 때둘의 거리는 다시 ‘무언가’에 의해 정해지기 시작한다.“쟤랑 친했었어?”라는 질문 하나에 지우는 선에게 등을 돌리고,선은 이해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우리들》은 그 조용한 이별의 순간을, 소리내지 않고 천천히 따라간다.누구도 명확히 잘..
2025.04.22 -
56. 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사랑.<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는, 헤아릴 수 없는 사랑.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건, 피보다 진한 책임을 견뎌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진짜 부모란, 아이의 첫 울음을 듣고, 처음 넘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고,잠든 얼굴을 밤새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함께 견디는 사람이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그 질문 앞에 조용히 선다.'만약 내가 키워온 아이가 내 친자가 아니라면?' '그리고 이제서야 알게 된 진짜 내 아이가 있다면?'영화는 어느 한 쪽을 쉽게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보여준다.사랑이란 결국 피보다 시간이라는 것...
2025.04.22 -
55. 너무나 평범한 얼굴로 다가오는 것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악의 가장 끔찍한 모습은, 그것이 너무나 평범한 얼굴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악의 가장 끔찍한 모습은, 그것이 너무나 평범한 얼굴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어떤 잔혹한 장면 하나 없이도, 전쟁 영화 역사상 가장 무서운 긴장을 만들어낸다.이 영화는 아우슈비츠 인근에 살았던 SS 장교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간다.그들은 정원을 가꾸고,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삶을 살아간다.그러나 그들의 평범한 담장 너머에서는 매일 수천 명이 죽어가..
2025.04.20